; 어떤 대만 노인의 담대한 도전 4 (완결)

법률/이민


 

<법률칼럼; 권태욱 변호사 >; 어떤 대만 노인의 담대한 도전 4 (완결)

일요시사 0 164

이 판결문을 갖고 4회나 쓰게 될 줄을 처음에는 몰랐다. 이제 4회가 되고 보니 처음에 이 사건의 주인공을 ‘대만 노인’이라고 부른 것은 실수였던 것 같다. 나이 65세를 노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요즘은 실례가 아니라 실수다. 그냥 장년이다. 인권법에 의해서 2000년부터는 나이에 의한 차별도 성별에 의한 차별처럼 불법 행위가 된 이 뉴질랜드에서 그 사람의 나이가 60세가 넘었다고 ‘연로하다’는 느낌을 주는 ‘노인’이라는 호칭으로 부른 것은, 공식문서였다면 비판과, 작성자의 처벌이 뒤따랐을 수 있다. 다행하게도 이 글은 공식 문서가 아니다.


그 대만남자가 Immigration and Protection Tribunal (이하 ‘재판소’)에 제출한 재심 고려 사유에는 심지어 대만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 관계까지 언급되어 있다. 중국과 대만이 전쟁을 할 가능성이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되면 그 남자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그 남자는 뉴질랜드 시민권자의 남편이요, 아버지다. 그러므로 그 남자의 안전은 뉴질랜드 시민권자의 복지와 행복에 긴요한 요소이고, 따라서 뉴질랜드는 그 남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게 마땅하다는 논리다. (그 남자에게 뉴질랜드 영주권을 부여하는 대신에 대만해협에 뉴질랜드 해군을 파견하는 건 어떨까?) 그 외에도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또 나이타령!) 뉴질랜드의 영주권자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으며 (영어는 맨 처음에 영주권을 취득할 때부터 잘 했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뉴질랜드에서 생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은퇴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영어도 편안하지 못해서 다시 배워야 한다면, 그 사람에게 처음 영주권을 준 것 자체가 뉴질랜드 정부의 실수였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뉴질랜드의 Chinese Community의 발전을 위해서 많은 헌신과 노력도 하고 있다(주변 사람의 추천서 확인서들을 엄청 많이 받아서 첨부했다)는 등의 이유를 대면서 그 사람은 뉴질랜드 이민법 실무규정과 상관없이 영주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주장을 검토한 재판소에서는 지난 호에 이미 알려드린 대로 이항소를 기각했다. 여러 이유들 중에 중요한 것 몇 개만 들자면, 첫째, 자녀들이 장성했고 (그래서 일상생활과 바른 성장을 위해서 아버지의 존재와 역할이 필요했던 시기는 이미 지나갔고), 둘째, 장성한 자녀들이 모두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 명 중 두 명은 외국에 살고 있고 (외국에 있는 자녀들에게는 아버지가 대만에 있으나 뉴질랜드에 있으나 자기들과 같은 나라에 살고 있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셋째, 대만에도 그 사람의 생활 근거가 있다는 점 등이었다. 대만에도 이 부부는 집을 갖고 있었고, 부인이 대만에 가서 한참동안 생활을 하면서, 친구들과 이웃과 함께 사교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 남자가 뉴질랜드 영주권을 받지 못하는 것이 그 남자와 그 가족을 비인도적인 상황에 처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재판소의 결론이었다. 너무나 당연하고, 너무나 타당한 결론이다. 요즘은 뉴질랜드에서 내리는 판결들 중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것이 드물지 않지만, 심지어 고등법원의 판결들 중에도 그런 것들이 가끔 나타나지만, 이 심판소의 판결은 그런 여지가 전혀 없는, 확실하고 분명하고 타당한 결론이다. 이민성 실무지침에 위반되는 예외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내세운 이유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이 귀중한 지면에 소개한 이유는, 우리가 한계로 생각했던 유리 천정을 깨뜨린 것이 몇 개 있기 때문이다.


첫째, 기한 내에 입국하지 않아서 영주권을 상실해 놓고도 다시 신청해서 영구영주권을 받았다.  영주권을 한번 상실하면 그것을 끝인 줄 알고 자포자기했던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정보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둘째, 명백하게 이민성 실무지침서에 금지되어 있는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어쩌면 성공할 수도 있지 않았는가 하는 여운을 남기는 판결문이었다.


이 판결문의 판결이유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만약 그 대만 남자의 자녀들이 모두 아직 뉴질랜드에 살고 있고, 대만의 생활근거를 모두 파기 뚀는 해체해 버렸고, 부인이 대만에 가서 지낸 적이 거의 없었다면, 이 판결문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이 가능한 것이다 .


법률과 규정을 아는 것은 기본이지만, 때때로 그 법률과 규정을 뛰어 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이 하는 재판이다. 그래서 재판관은 AI에게 자리를 빼앗길 순서가 매우 나중인 직업으로 여겨진다.


형사 사건 피의자에게 벌금형을 선고하고 자기 주머니에서 그 벌금을 내주는 판사는 감정과 사랑을 가진 인간만이 가능하다.


법 조문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고, 그 조문을 해석하는 것도 인간이다. 재판과정에서는 때때로 그 법안을 만들 때 의회에서 토론한 내용도 증거로 제출한다. 간략하고 건조해야 하는 법률 문구에는 담을 수 없는 입법 취지를 판결에 반영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법 조문만을 보고 옳고 그름, 가능성과 한계를 판단하고 조언하는 것만이 법률가의 역할인 것으로 파악하는 사람은, 자기 의뢰인에게 온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권태욱 변호사  taekwonlawy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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