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25) 우두커니 물끄러미

문학의 향기


 

문학의 향기(25) 우두커니 물끄러미

일요시사 0 1201


우두커니 나 홀로 

가을 호숫가에서

물끄러미 물결에

흐린 얼굴을 벗는다

 

작은 물고기떼가

우르르 몰려와서

벗어놓은 내 얼굴을

호수 가운데로 몰아간다

 

한나절쯤

아니 사나흘쯤

저들을 배불리 먹여주는

먹이가 되었으면

 

마흔하고도 또 몇 해를 더해

기름기 자르르하고

살집도 두두룩하니

제법 뜯어먹을 게 많으리

 

우두커니

호숫가에 쪼그려 앉아

내가 버린 얼굴을

물끄러미

 

 

<시작 노트>

 

가을은 버리는 계절,

그러나 나는 몸의 살도, 마음의 살도 쉽사리 버리지 못해서

가을 호수 잔잔한 물 위에 어리는 마음-얼굴이 보름달이다.

 

우두커니 물끄러미 그 흐린 얼굴을 들여다보는 어느 가을날.

 

<정철용 뉴질랜드스콜라문학회 회원> 

 
[이 게시물은 일요시사님에 의해 2021-03-27 16:45:36 교민뉴스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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