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25) 우두커니 물끄러미
일요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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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3 15:45
우두커니 나 홀로
가을 호숫가에서
물끄러미 물결에
흐린 얼굴을 벗는다
작은 물고기떼가
우르르 몰려와서
벗어놓은 내 얼굴을
호수 가운데로 몰아간다
한나절쯤
아니 사나흘쯤
저들을 배불리 먹여주는
먹이가 되었으면
마흔하고도 또 몇 해를 더해
기름기 자르르하고
살집도 두두룩하니
제법 뜯어먹을 게 많으리
우두커니
호숫가에 쪼그려 앉아
내가 버린 얼굴을
물끄러미
<시작 노트>
가을은 버리는 계절,
그러나 나는 몸의 살도, 마음의 살도 쉽사리 버리지 못해서
가을 호수 잔잔한 물 위에 어리는 마음-얼굴이 보름달이다.
우두커니 물끄러미 그 흐린 얼굴을 들여다보는 어느 가을날.
<정철용 뉴질랜드스콜라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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