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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0 2314
교복을 입지 못해 전교에서 유일하게 저만 사복을 입고 다닐 정도로 증상이 심했죠. 여름에도 긴 팔 티셔츠에 긴 바지만 입고 다녔으니까요."강원 춘천에 사는 20대 여성 이야기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아토피피부염이 너무 심해 주변에서 귀동냥한 온갖 민간요법을 다 시도해봤다. 황토 구해다 바르고, 녹차 잎으로 즙 내서도 발라보고, 집안에 참나무 숯 갖다 놓고, 집의 전구는 모두 음이온전구로 바꾸고….많은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간요법을 찾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작용이 생기거나 악화하지 않으면 다행이다.아토피피부염은 다른 병에 비해 '~카더라'식 민간요법이 특히 많다. 현대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거 없는 '설'에 현혹되면 환자는 힘들어지고, 의사는 난감할 뿐이다.

식초 소금 녹차 국화 황토까지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가장 많이 시도해 보는 민간요법은 식초와 죽염 처방. 염증이 생긴 부위에 식초나 죽염을 발라주면 나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한다. 아토피피부염을 일으키는 주 원인은 세균이나 곰팡이인데, 식초처럼 산도가 높거나 소금처럼 염도가 높은 물질에 노출되면 이들이 쉽게 죽을 거라는 속설을 믿는 거다.

하지만 세균이나 곰팡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사람 피부에도 당연히 좋지 않다. 가려운 증상은 일시적으로 사라질지 몰라도 피부는 더 건조해진다. 그러지 않아도 수분이 부족한 피부가 점점 더 쓰라려지는 등 도리어 해가 될 수 있다. 식초나 소금에 들어 있는 세균에 추가로 감염되면 심한 경우 패혈증까지 생길 위험도 있다.

각종 식물을 찧거나 달인 물에도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쉽게 유혹 당한다. 바르고 마시고 심지어 그 물로 목욕하라는 얘기도 있다. 목초와 삼백초, 어성초, 녹차, 알로에, 국화, 달맞이꽃 등 특효라는 식물 종류는 참 많다. 대부분 전통의학에서 해독이나 소염 작용이 있다는 데 근거한 처방이다.

그러나 해독이나 소염 효능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아토피피부염에 효과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전문의들은 사람에 따라서는 구토나 복통, 발진, 미생물 감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황토를 쓰던 옛날엔 아토피피부염이 생기지 않았으니 이른바 황토방이나 황토제품이 치료에 도움이 될 거라는 얘기도 그럴 듯하다. 아토피피부염이 환경질환이긴 하지만 근본 원인은 체내 면역체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황토를 쓰고 안 쓰고는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대의학의 3대 치료법

의학적으로 아토피피부염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입증된 건 바르는 스테로이드제와 바르는 면역조절제, 먹는 면역조절제의 3가지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이들 약의 부작용을 환자들이 지나치게 우려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쉽지 않다고 한다.

효과가 가장 빠른 건 스테로이드제. 환자들이 불안해하는 스테로이드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백내장이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고농도 스테로이드제를 쓰면 백내장이 생기거나 악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동호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사실 스테로이드제가 나오기 전부터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백내장이 많이 생긴다는 보고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테로이드제와 백내장의 상관관계가 의학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바르는 면역조절제에 대해서도 피부암 발병 위험을 걱정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털 없는 실험용 생쥐의 피부에 면역조절제를 많이 바르고 자외선을 쪼였더니 피부암 발생률이 증가하더라는 미국의 동물실험 결과가 알려진 뒤부터다. 그러나 남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선 그런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작용 말고도 환자들이 이 치료들을 피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호전 속도다. 비염이나 천식, 두드러기 같은 다른 비슷한 알레르기질환은 약을 쓰면 대부분 1주일 안에 증상이 나아진다. 이에 비해 아토피피부염은 적어도 2, 3개월은 지나야 호전을 볼 수 있다. 병원 몇 번 왔는데 너무 안 낫는다 싶어 불안해 하는 환자에게 민간요법은 귀가 솔깃하기 마련이다.

"환자 80~90% 정상 생활 가능"

근거 없는 민간요법과 치료법에 대한 오해는 환자와 의사 사이 불신을 키운다. 아토피피부염을 진료하는 한 의사는 "의혹에 가득 찬 환자나 보호자를 볼 땐 가끔 고문 받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일부 개원의원 중에선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진료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생기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환자는 환자대로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이 방법 저 방법 써보면서 정신적, 심리적으로 점점 불안해진다.

의료계에선 이 같은 불신이 근거 없는 민간요법 시장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의 난치성 아토피피부염 워크그룹은 "지속적인 피부 관리와 함께 알레르기검사로 원인물질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피하거나 제거하면 얼마든지 호전된다"며 "효과가 입증된 방법으로 6개월 이상 치료하면 환자의 80~90%가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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