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과연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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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과연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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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가능물질로 분류…어린이는 흡수 높아

평소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은 직장인 유모(37·여)씨. 유씨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질병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늘 조심스럽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전자파’에 대한 논란으로,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접하는 휴대전화는 통화 시엔 언제나 이어마이크를 착용한다.

유씨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데울 때도 전자레인지를 작동시키자마자 다섯 걸음 남짓은 꼭 피하곤 한다. 잠자리에 들 때 역시 못 견디게 추운 날만 전기장판을 사용하고 평소에는 두꺼운 내복과 이불로 위안삼곤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결코 전자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시도 손에서 뗄 수 없는 스마트폰부터 간편한 가열을 돕는 전자레인지,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전기장판까지 일상생활 곳곳에서 전자파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는 각종 연구 발표가 이어짐에 따라 불안감도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파가 암 유발?

지난 2002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전자파를 발암물질 2B(발암가능물질)로 분류하며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가전제품이 방출하는 3~4mG의 전자파에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2배 이상 증가하고 암, 발달장애, 면역변형, 우울증, 신경질환, 생식기능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전자파는 인체에서 미약한 생체에너지의 흐름을 차단해 질병에 대한 영향력을 감소시키며 인체세포 내 DNA와 RNA기능을 방해해 면역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전자파는 암, 유산, 신경통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전자장이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수면 부족, 심장병, 치매, 파킨슨병, 유방암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자파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발표한 ‘전자파 인체영향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의 휴대전화사용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가 전자파에 의한 것인지는 보다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임산부의 휴대전화 사용 역시 영·유아의 운동 및 인지기능 등 신경행동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총괄 진행한 최형도 ETRI 바이오전자파연구팀장은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서 보듯이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관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면서 “연구팀은 일상생활 속 국민이 안전하게 전자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생활가전 전자파 안전은?

이에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안정시키고자 전자파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생활환경에서 방출되는 전자파 노출 저감방안 마련을 위해 전기장판 7종의 전자파 방출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기장판의 전자파는 ‘강’에서 0.7~71.1mG, ‘중’에서 0.7~65.2mG, ‘약’에서 0.7~0.8mG로 나타나 전기장판의 온도를 높일수록 많이 방출되고 온도를 낮출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표면으로부터 10cm 떨어지면 최대 9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전기장판 등과 같은 가전제품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는 낮은 수준이라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인체에 영향을 미쳐 해로울 수 있다”며 “향후 환경부와 함께 ‘일상생활 전자파 노출 저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장판 외에도 생활환경에서 자주 접하는 대표적인 가전제품인 전자레인지 역시 전자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전자레인지는 정부부처마다 다른 입장을 내놔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전자레인지 작동 중 전자파가 외부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전자레인지 투시창에 금속망이 설치돼 있으며 작동을 멈추면 전자파가 즉시 사라지므로 몸에 닿을 위험은 거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2월 전기장판, 전자레인지 등 총 36개 품목의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생활주변 전자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아

조사 결과 전자파 기준대비 1/10~ 1/100000 수준으로 측정돼 안전한 수준으로 판단됐으나 전자레인지의 경우 우측면에 위치한 고압의 변압기에서 60Hz의 자기장이 많이 발생함이 확인됐으며 이에 근거해 전자레인지 작동 시 30cm 이상 떨어져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이처럼 달라짐에 따라 국민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도 암 유발 가능성 등 질병과의 관련성에 대한 명확한 연구가 마련되지 않은 만큼 시급한 판단은 유보되고 있는 상황이다.

장여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유방클리닉교수는 “유방암을 유발하는 데 있어 전자파는 그리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 오히려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호르몬의 이상 등으로 인해 유방암이 발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직까지 암을 비롯한 질병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는 연구가 나오지 않은 실정에서 전자파 노출에 대한 지침은 ‘권고사항’으로 남게 된다.

장기언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전자파는 매질의 유무, 밀도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옥돌, 맥반석, 게르마늄 등에 의한 전자파 차단은 매우 미미하며 과학적 근거 역시 미흡한 실정이다”며 “그러므로 수면 중에는 전기장판의 전원을 끄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생활가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대한 정보는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전자파가 2mG 미만으로 방출되는 가전제품에는 전자파 적합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김진영 <메디컬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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