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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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의 진실

일요시사 0 2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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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효정 치위생사(임플란티아 치과 삼성점)

어린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충치'. 그 발생 요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구강내 세균이 당분을 섭취하고 배출하는 산(acid)에 의해 치아가 손상되는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육안으로 보아 확연히 드러날 만큼 까맣게 썩어 들어갔거나, 무언가를 먹고 마실 때 통증 혹은 시린 증상이 있어야만 비로소 충치를 의심하기 때문에 일(?)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구강 건강을 위협하는 잘못된 상식과 오해로부터 소중한 내 치아를 지키기 위해, 몇 회에 걸쳐 충치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째, 충치란 반드시 까맣게 보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식은 '충치=까맣다'이다. 충치가 아닌 치석도 까맣게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부분을 가리키며 "충치가 아니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보았을 때 사람들의 그러한 오해는 꽤 깊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초기에 치아가 산에 부식될 때는 까맣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누렇게 보인다. 우식이 점차 진행되면서 치아의 방어막이 생겨 까맣게 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눈에 잘 띄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를 스스로 자각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정기적으로 자신의 구강 내를 꼼꼼히 살펴보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그렇게 한다하더라도 잘 보이지 않는 윗니나 깊은 안쪽에 위치한 어금니 같은 경우 발견이 힘들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치과와 친해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정기적인 검진으로 조기에 충치를 발견하게 된다면 비용적인 면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훨씬 수월하게 치료를 끝낼 수 있다. 더 이상 충치의 보호색에 속지 말자.

둘째, 충치가 생기면 반드시 아플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지만, 이 역시 아니다. 대부분 통증을 느낄 때는 스스로 치과를 찾아와 진단을 받은 뒤에 쉽게 충치를 인정(?)하고 치료를 진행하지만, 아무 증상이 없어 통증을 느끼지 못했을 때에는 자신에게 충치가 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고 의아해한다. 전혀 아프지 않은데 정말 충치가 있냐는 것이다. 심지어는 바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치료를 미루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충치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 진행이 되었는지, 충치 이환 범위에 따라 통증의 정도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이 분포되어 있지 않은 법랑질(치아의 가장 바깥층)에만 이환되었거나 그 아랫층인 상아질의 경계부위까지만 진행이 되었을 경우 증상이 없을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아주 예민한 사람은 증상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듯 충치의 정도와 통증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충치의 정도를 통증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법랑질이나 상아질의 경계부위 정도에만 충치가 이환되었을 경우에는 치료가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때를 놓치게 되고, 상아질은 물론이거니와 치수, 즉 신경까지 이환된 후에야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충치는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든 뒤에야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악랄한 녀석이니, 쉽게 믿지 말자.

셋째, 보철물과 관계된 오해이다.

에서도 다뤘지만 보철물(크라운)을 씌워놓은 치아에도 충치는 생길 수 있다. 금이나 도자기로 치아 형태를 제작해 씌운 치아는 더 이상 충치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매우 많아 칼럼에서도 따로 한 번 다룬 적이 있을 정도인데, 절대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치아와의 틈이나 경계 없이 잘 맞던 보철물도, 노후하게 되면 치아와의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음식물 잔사 등이 들어가 제거되지 않으면 2차 충치를 생기게 한다. 보철물의 수명을 야기하는 것도 보철물 자체가 쓸 수 없이 망가진다기보다는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교체를 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보철물 안쪽의 치아에 충치가 생기는 즉시 자각할 수 있는 증상이 있으면 좋으련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충치는 그렇게 너그러운 녀석이 아니고, 대부분의 보철치료가 신경치료 후 치아의 파절을 방지하기 위해 행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안심할 수 없다. 신경치료를 한 치아는 통증이나 감각을 느끼는 신경이 제거된 치아이기 때문에, 튼튼해 보이는 보철물 속에서 치아가 삭아 없어지며 비명을 지르고 있더라도 증상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통증은 없어도 구취를 유발할 가능성은 있으나, 그것만으로 비전문가가 보철물 속 치아의 충치를 의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충치, 결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과가 제일 무섭다고 말한다. 스켈링을 받기 위해 치과를 찾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큰맘을 먹고 갈 때마다 충치가 여러 개 발견되었다거나, 치료를 받았던 치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충치가 생겼다거나 하는 일들로 더욱 더 치과와 멀어지곤 한다. '치과' 하면 곧 '충치 치료'를 떠올릴 만큼 충치와 치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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