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불붙은 2013년 여자프로골퍼 영입 전쟁
미모에 실력까지 갖춘 “빅3 잡아라!”
2012년을 뜨겁게 달군 한국여자골프(KLPGA) 시즌은 끝났지만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바로 2012 시즌 메인 스폰서 회사와 계약이 끝나는 여자 프로골퍼들을 잡기 위한 전쟁이다.
신인 1억원 톱 프로 3억원 기준 깨졌다
뜨거운 스토브리그 ‘스타 모시기’경쟁
올해 여자골프 스토브리그는 그 어느 해보다도 치열하다. ‘괴물 아마’ 김효주(17·롯데)가 신인 몸값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인 5억원 고지를 돌파하면서 톱 골퍼들 몸값이 더 뛰었다.
김효주는 지원금까지 합하면 6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금까지 신인 최고 1억원선, 톱프로 3억원이었던 암묵적인 기준이 깨진 것. 이제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선수라면 연간 1억5000만원, 스타급이라면 3억원을 훌쩍 넘어갈 전망이다.
2012년으로 메인 스폰서와 계약이 만료된 여자골퍼는 대략 50명 정도다. 이들 중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신인상을 차지한 유소연(22·한화)과 KLPGA 대상을 차지한 양제윤(20·LIG손해보험)을 비롯해 김자영(21·넵스), 양수진(21·넵스), 장하나(20·KT), 이정민(20·KT) 등 대어급 선수들이 줄줄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영입시장 올라온
여자골퍼 50명
2011년 한화그룹과 연간 3억원+α에 계약한 유소연은 지난해 말로 계약이 종료됐다. 2012시즌 1승과 함께 꾸준한 성적을 기록한 유소연이기에 몸값이 어느 정도 올라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2년 KLPGA 투어를 호령했던 김자영과 양제윤, 양수진 등 이른바 ‘빅3’도 소속 구단과 계약이 끝났다. 이들 3명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자유의 몸이 되면서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이번에 계약이 끝나는 선수들의 공통점은 미모와 실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골프를 통해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기업들에겐 굉장히 매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김자영은 2012시즌 KLPGA 투어 상반기를 지배한 ‘신데렐라’다. 지난해 5월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김자영은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SBS투어 히든밸리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섰다. 시즌 3승을 올리면서 다승 1위, 상금 3위(4억1790만원), 평균타수 6위(71.84타)로 이번 시즌을 마쳤다. 김자영은 빼어난 외모 덕분에 수많은 ‘삼촌 팬’들을 몰고 다닌다.
정규 투어 2년 차인 양제윤은 KLPGA 투어 후반기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양제윤은 지난해 8월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김자영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양제윤은 대상 포인트 1위, 시즌 2승, 상금 4위(4억639만원), 평균타수 공동 3위(71.74타)에 오르면서 국내여자골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호쾌한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로 많은 팬을 보유한 양수진도 계약 마지막 해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지난 6월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첫 승을 사냥한 양수진은 상금 5위(3억4426만원), 평균타수 공동 3위(71.74타)를 차지하면서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KLPGA 투어도 야구처럼 스토브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다. 빅3와 계약하기 위한 치열한 ‘머니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빅3의 원 소속구단들은 에이스를 팀에 잔류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KLPGA 간판스타를 데려와 내년 시즌 힘찬 도약을 준비 중인 다른 구단들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골퍼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김자영의 소속팀인 넵스와 양제윤을 후원한 LIG손해보험은 두 선수의 잔류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1승 이상을 올린 선수들이 원하는 액수는 계약금 3억원 이상이다. 구단으로선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소속 선수와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협상 중이다.
고급주방가구 업체인 넵스는 골프마케팅을 통해 성공적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넵스는 김자영과 양수진 중 1명은 반드시 잔류시킨다는 계획이지만 그 뜻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빅3를 뺏어오려는 기업도 만만치 않다. 골프단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한화, 확실한 우승 청부사가 필요한 우리투자증권, 이보미를 보유한 정관장 등이 빅3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이래저래 여자골퍼들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홍보효과 만점’ 거품 부작용 만만찮아
“계약 빨리 끝내고 체력훈련 전념” 충고
반면 빼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2012시즌 LPGA투어에서 상금왕과 최저타수상 등 2관왕에 오른 박인비(24)와 일본에서 맹활약한 안선주(25)가 대표적이다.
일본 골프용품업체 스릭슨의 장비 후원을 받고 있는 박인비는 올해 스릭슨 로고가 달린 모자를 쓰고 뛰었지만 아직 메인스폰서는 찾지 못했다. 2010∼2011년 2년 연속 일본여자 투어 상금왕에 오른 안선주도 무적(無籍) 신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여자골퍼들 몸값
한 골프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스폰서들이 실력으로 선수를 평가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실력보다는 외모로 선수 후원을 결정하는 풍토가 생겼다”고 했다.
최근 일본골프계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파나소닉이 일본골프계 최고스타 이시카와 료(21)와의 후원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2008년부터 이시카와의 스폰서로 나섰던 파나소닉은 최근 몇 년 사이 기업상황이 어려워지자 보증된 흥행카드를 포기했다.
골프계 관계자들은 한국에서도 언제든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여자골퍼들의 몸값이 너무 올랐다. 일부 선수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시장이 풍성해 보이지만 경기침체 속에 많은 기업이 선수후원 여부 자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여자프로골프의 인기는 나날이 많아지는 선수들의 팬클럽과 대회장 구름 갤러리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이쯤 되자 계약을 위한 협상테이블에서는 예년보다 선수들의 목소리가 훨씬 높아진 분위기다. 더욱이 롯데가 지난 10월 ‘여고생’ 김효주(17ㆍ대원외고)에게 연간 5억원(2년 계약)을 안겨주면서 선수들의 눈높이가 부쩍 올라간 상황이다.
A기업은 2011시즌 선수후원으로 최대 60억원의 홍보효과를 누린 것으로 자체파악하고 있다. 이 기업이 후원한 한 선수는 지난 시즌을 계기로 KLPGA투어 대표스타로 떠올랐다. 이 기업 관계자는 13일 “방송노출 등을 광고비로 환산하면 그 선수 한 명으로 50억~60억원의 효과를 봤다”며 “기업 이미지 제고와 직원들의 사기진작까지 따지면 실로 어마어마한 효과”라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소속 선수를 후원하려면 그만큼 통 큰 투자가 필요하지만 국내 투어는 상대적으로 작은 액수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기업들의 구미를 당긴다.
지난해 유소연의 US여자오픈 우승 당시 한화가 자사 경제연구원을 통해 조사한 개인ㆍ브랜드ㆍ국가 홍보효과는 최소 2000억원. 초청선수로 나갔던 유소연은 덜컥 우승하면서 일약 ‘메이저 퀸’ 반열에 올랐다. 당시 유소연에게 연간 3억원 정도를 투자했던 한화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일부 선수들은 용품사와 서브스폰서 계약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한 김하늘(24·BC카드)은 혼마와 클럽사용계약을 한 데 이어 골프공과 골프화 등 별도 계약을 추진 중이다. 메인 스폰서만은 못하지만 용품을 합치면 연 1억원 이상의 추가 수입이 예상된다.
여고생과 5억원 계약
롯데, 과감한 투자
기업들이 이처럼 선수들에게 거액을 베팅하는 것은 투자한 만큼 ‘마케팅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회기간에 카메라가 실시간 따라 붙으며 선수들에게 부착한 로고가 자연스럽게 시청자에게 노출된다. 우승이라도 한다면 효과는 배가되고 프로암대회나 기업행사에 선수들이 참여하면 고객관리효과까지 덤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 몸값이 매년 치솟는 가운데 재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새롭게 여자골프구단을 만들고 싶어 하는 회사 관계자들은 너무 높아진 몸값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2012시즌에는 이슈 메이커였던 김효주가 프로 전향을 선언하며 롯데그룹에서 무려 5억원을 받아 톱 골퍼들 간 자존심 경쟁도 펼쳐지고 있다. 일부 선수들이긴 하지만 “아직 증명이 안 된 신인인 김효주도 그 정도 받는데 이미 인정받은 우리도 그에 합당하는 대우를 받아야겠다”며 스폰서들을 압박할 정도다.
한 기업 임원은 “재계약을 하거나 새롭게 선수 영입을 타진하고 있지만 선수들 몸값이 터무니없게 치솟아 깜짝 놀랐다”며 “회사 측 안을 선수 쪽에서 너무 낮다며 거절하는 사례가 많아 자칫하면 새해엔 골프 마케팅을 포기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프로선수들은 지금쯤이면 스폰서를 정하고 달콤한 휴식을 만끽할 것 같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따뜻한 곳을 찾아 1월 동계훈련을 나가려면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선수들이 하고 있는 건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강화훈련이다. 선수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체력을 소진한다. 특히 하반기에는 매주 대회가 개최되는 경우가 많아 선수들은 겨우 시합을 뛰기에 급급하다. 시즌 중 시간을 내서 체력훈련을 한다고 해도 체력강화가 아니라 체력유지가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비시즌이 시작되면 자신이 약한 부분을 파악하고 몸의 균형과 근력강화를 위한 체력훈련이 필수적이다. 동계훈련을 떠나서도 계속해서 훈련을 하지만, 막상 필드에 서게 되면 스윙과 스코어를 내는 데 주력하게 되기 때문에, 체력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예전에는 단순히 웨이트트레이닝이 전부였는데, 요즘은 체력강화훈련이 매우 다각화됐다. 기존 근력훈련 외에도 코어 근육을 강화시키는 필라테스와 균형감각을 키우는 전문프로그램, 그리고 유연성을 위한 스트레칭클래스까지 다양화되고 있다. 선수들은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택해서 집중해야 한다.
또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선수들은 스폰서 계약에 분주하다. 의류, 용품, 그리고 메인스폰서까지 다시 셋업하는 것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을 때까지 선수들에게는 이 과정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스폰서는 선수가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계약을 하면서 조건을 따지는 것은 선수들의 성적과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에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사실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다 보니 최상의 조건만을 찾게 되고, 조건을 협상하다가 지체되면 서로 애가 타고 힘든 입장에 처하게 된다.
체력강화 훈련으로
자신과의 싸움 시작
마지막으로 모든 선수들이 동계훈련을 떠날 때 가장 향상시키고 싶어 하는 부분이다. 바로 쇼트게임이다. 그린을 미스했을 때 프로로서 가능한 한 파 세이브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열정이 선수들로 하여금 쇼트게임 훈련에 매진하게 만든다. 그러나 완벽해질 수는 없다. 계속해서 연습하며 자신감을 키우고 자신의 감각을 더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가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이라면 비시즌훈련은 진정한 자신과의 싸움의 시간이다. 안팎으로 자신을 단련해야만 다가오는 시즌에 더 자신있게 무대에 서게 될 것이다.
자료출처 : <월간골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