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캐디의 ‘일반학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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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스포츠>골프장 캐디의 ‘일반학 개론’

일요시사 0 2728

‘15번째 클럽’ 엄마캐디부터 전문캐디까지

프로 골프선수들의 캐디백은 족히 20㎏은 나간다. 이 백을 짊어지고 다니는 캐디는 18홀 라운드마다 8㎞쯤 걷는다. 남자 대회는 대개 72홀, 4라운드를 치르니까 나흘 동안 최소 32㎞를 도는 강행군이다. 캐디 일은 일단 체력이 좋아야 하는 '중노동'인 것이다.

캐디 선택제 과연 필요할까?
교과서 아닌 참고서일뿐이다?
프로골퍼 승패 가르는 캐디의 역량
‘중노동’ 자처한 배상문 어머니 화제

미국프로골프투어(PGA)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배상문 선수. 그의 캐디백은 불과 몇 해 전까지 어머니 시옥희(57)씨가 멨다. 키 155㎝, 몸무게 54㎏의 50대 여성이 프로용 캐디백을 메는 건 의욕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4라운드 대회를 마칠 때마다 몸져누울 만큼 심하게 몸살을 앓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내 골프의 8할은 어머니다”

시씨는 남편이 출가하는 바람에 생후 5개월 된 아들을 줄곧 홀로 키웠다. 운동을 좋아하는 외아들에게 야구든 스키든 뭐든 해주고 싶었던 어머니는 결국 골프채를 쥐어줬다. 골프는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중학교 1학년 때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감당하기 벅찼다. 집도 팔고, 자동차도 팔고, 심지어 반지까지 팔아 아들 훈련비용을 댔다. 직접 백을 멘 건 캐디피라도 아낄 요량에서였다.
시씨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극성 엄마’로 소문이 자자했다. 아들이 경기를 잘 못하면 그 자리에서 심하게 야단을 치곤해 주위 눈총을 받기도 했으나 개의치 않았다. 아들의 티샷이 워터헤저드에 들어간 지점을 놓고 거칠게 항의하다 1년간 출전정지 처분을 당한 적도 있다. 시씨는 이렇게 회고했다. “따로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아들을 혼자서 키우다 보니 그때는 너무나 절박했다”라고….
“나는 어머니가 흘린 눈물의 양을 알고 있다. 어머니께 ‘성공’이란 두 글자를 선물하고 싶었다. 내 골프의 8할은 어머니다.”
배상문이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우승컵보다 훨씬 값진 아들의 헌사이지 싶다.
자식을 위해 캐디는 물론 코치, 매니저까지 1인 3, 4역을 마다하지 않은 열혈 아버지들은 많지만, ‘엄마캐디’는 배상문의 어머니가 국내에서 유일하다. 그는 PGA투어 진출 17개월 만에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예상보다 빠른 편이고, 올해 27세로 아직 젊다. 어머니의 모진 고생은 끝났지만, 아들은 이제 시작이다.
비자모임이 골퍼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하반기 온·오프라인으로 376명을 설문조사한 것으로, 조사대상이 광범위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캐디와 카트이용에 관한 골퍼들의 인식을 짚어볼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승용카트 이용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과반을 넘고 캐디피나 카트이용료에 대한 부담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눈을 끄는 것은 ‘캐디선택제’에 대한 설문결과였다. 캐디선택제를 운영할 경우 그 골프장을 자주 이용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87.5%인 329명이 그렇다고 답했고 이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8.8%에 불과했다.
캐디도 사람인 이상 우열이 있을 수밖에 없고 비슷한 실력을 갖추었다 해도 사람에 따라 선호도가 차이 날 수밖에 없다. 나의 클럽별 비거리와 굳은 습벽, 취약한 부분과 강점을 훤히 꿰뚫고 있고 상황 변화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캐디라면 누구라도 그런 캐디를 선택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유능한 캐디가 그리 흔치 않다는 점이다.
캐디선택제가 도입된다면 그런 유능한 캐디에게 고객의 선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유능한 캐디는 제한돼있고, 그 캐디를 원하는 고객이 많다면 캐디선택제란 결국 극소수 고객과 소수의 캐디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캐디 수급난을 해소하고 불황기 고객 유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착상에서 나온 캐디선택제의 본래 취지와 거리가 멀다.
캐디는 골퍼의 경기도우미로서 그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주말골퍼들도 어떤 캐디를 만나느냐에 따라 스코어 차이가 크게 나고, 프로골퍼의 경우는 승패가 갈린다. 프로골퍼들이 수년간 호흡을 같이 해온 캐디를 바꾸는 것도 캐디의 역할이 승리에 결정적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유능한 캐디의 도움을 받아야만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골퍼가 과연 진정한 골퍼인가라는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골프란 원래가 자립 독행하는 게임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 상황에 맞는 샷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시간을 절약하고 동반자와의 플레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 ‘경기보조자’로서 캐디가 있는 것이다.
특정한 캐디가 없으면 제대로 플레이를 펼칠 수 없는 골퍼는 진정한 골퍼라 할 수 없다.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결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는 주인공은 골퍼 자신이다. 아무리 캐디의 역할이 중요하다 해도 캐디가 플레이를 대신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프로가 보는 실수, 캐디가 보는 실수

특히 아마추어골퍼의 경우 마음에 드는 유능한 캐디가 배정될 확률은 형편없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 유능한 캐디가 배정되지 않았다고 정성스럽고 재미있는 라운드를 할 수 없다면 이미 골프장에 있을 까닭이 없지 않을까.
골프는 캐디가 아니라 선수가 한다. 캐디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골프의 완성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골프 선수들은 캐디를 ‘15번째 클럽’이라 부른다. 시합 때 들고 나갈 수 있는 클럽의 개수는 모두 14개이지만 좋은 캐디를 만나면 또 하나의 클럽을 갖고 다니는 것만큼이나 엄청난 힘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가 모처럼 필드에 나가 라운드 할 때 만나는 캐디와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10만원에 이르는 캐디피(fee)에 비해 서비스가 만족치 않다는 얘기도 많았다. 이른 아침, 술 냄새를 폴폴 풍기며 나왔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눈길을 끌었다. 술이 덜 깨 9번 아이언을 달라고 하면 6번을 주고 심지어 카트 안에서 내리지도 않고 꾸벅꾸벅 조는 캐디까지 있었다고 하니 오랜만에 기대에 부풀어 필드에 나간 아마추어 골퍼들로서는 그야말로 기분을 망쳤을 법 하다.
사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본다면 캐디의 입장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골프장은 정해놓은 라운드시간이 있다. 예를 들면 티타임 간격이나 홀마다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팀원 중 한 명이 공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사용하거나 그린에 12번 만에 공을 올리면서도 매번 연습 스윙을 서너 번씩 하는 아마추어 골퍼를 만나면 캐디들은 해당 골프장의 경기과나 캐디실에 호출돼 몹시 야단을 맞게 마련이다.
늑장플레이를 하면 경기과의 사람들이 골퍼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손님! 조금만 더 스피드 업 해 주세요’나 ‘빨리 좀 걸어주세요’가 전부다. 하지만 캐디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한 남자캐디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인홀이 끝나고 인코스로 들어갈 때 시간표를 찍는데 정해놓은 시간보다 늦는 경우, 청소를 하거나 다음 가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캐디들이 플레이어를 닭 쫓듯 쫓는 것도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여자 아마추어(아줌마골퍼)들은 필드에 나갈 때마다 캐디언니들이 한마디씩 하는 원포인트 레슨에 ‘골프가 향상되는 것 같다’며 오히려 필드에서의 잔소리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필드에서의 레슨은 티칭프로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프로가 보는 실수의 원인과 캐디가 보는 실수의 원인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티칭프로는 실수의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근원적 문제를 지목할 수 있기에 레슨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캐디입장에서 보는 실수의 원인은 티칭프로와 다를 수 있다. 때문에 레슨프로와 캐디의 레슨이 엉켜 혼란스러워 하는 골퍼들도 종종 보게 된다.
사실 아시아에서는 캐디가 공의 마크를 타깃에 맞춰 주기도 하는데 골퍼 역시 그런 기본적인 것들을 스스로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비싼 돈 주고 캐디는 뭐하냐는 생각을 하는 대신 스스로 라인업을 할 때 퍼팅기술이 향상된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스스로 직접 볼을 맞추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높낮이를 보게 돼 경사를 읽게 되고 잔디의 결까지 읽게 되니 골퍼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이다.
프로들이 캐디를 섭외하고 결정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거리 감각이 좋은 캐디, 그린위에서 경사를 잘 읽는 캐디, 라운딩을 하며 선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캐디 아니면 아예 말 한마디 없이 가방만 매는 캐디 등 선수의 성격에 따라 캐디를 선호하는 성향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그린 위에서 라이를 잘 보는 캐디를 선호한다. 현재 LPGA에 최고의 몸값은 콜린이라는 캐디인데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스카웃하고 싶은 캐디가 바로 그다. 그는 과거 박세리, 박지은 선수의 캐디를 ‘역임’한 바 있는데 지금은 폴라클레이머의 전문 캐디로 맹활약중이다.

라이 잘 보는 캐디가 ‘최고’

그가 최고의 캐디인 이유는 골프 코스를 구석구석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는 연습장에서 연습하고 캐디는 골프장 곳곳을 누비며 그린의 스피드를 재고 또 잰다. 그런 그가 최고의 몸값을 받는 것에 대해 단 한 사람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선수는 콜린의 여행경비를 모두 지불하지만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가 그 돈보다 더 큰 몫을 거뜬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캐디들이 내 몫을 다하기 위해 더 나은 서비스 개선을 해야겠지만 동반하는 골퍼들도 골퍼가 해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미리 준비해 둔다면 보다 여유있고 즐거운 라운딩이 될 수 있다.

자료제공=월간골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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