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골프(KLPGA) 투어 장타걸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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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골프(KLPGA) 투어 장타걸 전성시대

일요시사 0 1854

“멀리 더 멀리”… ‘닥치고 공격’ 앞으로

한국여자골프가 전보다 화끈해졌다. ‘닥공골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격적인 골퍼들이 KLPGA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말 그대로 ‘장타걸 전성시대’다.

우승자 6명 중 4명 장타자… 길어진 코스 영향
박성현은 드라이버 샷으로만 한국여자오픈 우승

올해 열린 KLPGA투어 11개 대회에서 모두 6명의 우승자가 탄생했다. 전인지(21·하이트진로)와 이정민(23·비씨카드)이 3승, 고진영(20·넵스) 2승, 김민선(20·CJ오쇼핑)과 김보경(29·요진건설), 박성현(23·넵스)이 1승씩을 챙겼다. 관심을 갖고 지켜볼 점은 6명의 우승자 중 4명이 KLPGA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다. 김민선(1위·252.53야드)을 비롯해 이정민(2위·251.34야드), 전인지(4위·249.12야드), 박성현(7위·247.47야드)은 장타를 앞세워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4명이 손에 넣은 우승트로피만 8개로 전체의 73%에 해당한다.

전인지 이정민도 
긴 코스에 강점



이처럼 장타자들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길어진 코스 세팅에 있다. KLPGA투어는 올해 열린 11개 대회 중 3개 대회를 제외하고 8개 대회의 코스길이가 6400야드를 넘겼다. 6600야드를 넘는 곳도 5개 코스나 된다. 코스길이는 해마다 조금씩 길어지는 추세로 2013년을 기준으로 18홀 기준 총 길이가 평균 6400야드를 넘어섰다.
길어진 코스와 장타자들의 성적은 거의 비례한다. 가장 최근 끝난 제29회 한국여자오픈에서는 장타 2위 이정민과 7위 박성현이 마지막까지 우승 다툼을 펼쳤다. 최종 4라운드에서는 둘의 우승 경쟁과 함께 장타 대결도 또 다른 볼거리가 됐을 정도였다.

앞선 대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6612야드로 코스가 세팅된 삼천리투게더오픈에서는 전인지가 우승을 차지했고, 고진영 2위(드라이브거리 17위), 박지영 공동 3위(드라이브거리 3위), 김해림 공동 5위(드라이브거리 21위)로 장타자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았다. 코스가 가장 길게 세팅됐던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왔다. 고진영 우승, 드라이브거리 6위 배선우(21·삼천리)와 8위 안송이(25·KB금융그룹)는 공동 3위에 올랐다.
올해 3승씩을 기록 중인 전인지와 이정민 역시 긴 코스에서 강했다. 전인지는 3승 중 2승을 긴 코스에서 차지했다. 삼천리투게더오픈(아일랜드CC·6612야드), 에쓰오일챔피언스(엘리시안CC·6625야드)는 모두 6600야드 이상이다. 드라이브샷 평균거리 2위 이정민도 비슷하다. 비교적 코스가 길게 세팅된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수원CC·6463야드), E1채리티오픈(휘닉스스프링스CC· 6456야드)에서 우승했다.

공통적으로 신장 170cm가 넘는 장타걸들의 전성시대는 대회마다 코스 전장이 6700야드 내외까지 길어진 데다 그린도 까다로워진 결과로 분석된다. 한연희 전 골프대표팀 감독은 “두 번째 샷에서 어떤 클럽을 잡느냐가 스코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피칭웨지 같은 짧은 채로 그린을 공략하면 버디 기회가 훨씬 늘어나는 거 아니냐”고 했다.
박성현과 전인지의 클럽 계약사인 핑골프의 스윙분석에 따르면 두 선수의 드라이버 헤드스피드는 시속 100마일에 육박한다. 핑골프 강상범 마케팅팀장은 “100마일이면 남자아마추어 골퍼에게도 빠른 편이다. 여자프로골퍼들의 평균 헤드스피드는 90마일 정도”라고 밝혔다.

긴 코스는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지게 만든다. 과거 여자골프는 짜임새 있고 아기자기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그러나 최근엔 ‘닥공골프’로 불리는 공격적인 성향의 골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박성현이다. 박성현은 한국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모든 티샷을 드라이버로 했다. 데뷔 2년 차에 우승이 없었던 그였기에 마지막 날 안정된 플레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오히려 전보다 더욱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박성현은 “다른 골프장이었더라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겠지만 (길고 페어웨이가 좁은) 이 코스에서는 굳이 드라이버가 안 맞는다고 해서 우드로 칠 필요가 없었다. 드라이브샷에 자신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계속 드라이버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거리 증대를 위해 일부러 체중을 늘리거나 근력운동에 집중하는 선수들도 생겨나고 있다. 김해림(드라이브 거리 21위·242.31야드)은 거리를 늘리기 위해 하루에 달걀 30개씩을 먹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2년 전에 비해 체중이 약 8kg이나 늘었다. 그 덕분에 드라이브 샷의 평균거리도 약 10야드 증가했다. 
안신애(24·해운대비치)는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5주간의 호주 동계훈련기간에 체중을 약 3kg 늘리는 강수를 뒀다. 비거리 역시 10야드 정도 늘었다. 시즌 개막 전 부상으로 6개 대회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톱10에 두 번이나 들 정도로 효과를 보고 있다.



공격적인 골프는 그만큼 위험도 뒤따른다. 그럼에도 장타를 추구하는 건 실보다 득이 더 많기 때문이다. 여자골퍼들이 펼치는 닥공골프는 갈수록 더 화끈해질 전망이다. 
KLPGA투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코스길이를 늘리는 추세를 따라 전장을 계속 늘렸다. 2013년 기준으로 평균 6400야드를 넘겼다. 올해 12개 대회에서 가장 전장이 짧은 대회는 롯데칸타타여자오픈(6134 야드)이다. 같은 코스에서 열린 롯데마트여자오픈도 6187야드로 짧다. 나머지는 6400야드가 넘고 6600야드 이상으로 세팅된 대회도 5개나 된다.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은 무려 6742야드다. 롯데칸타타여자오픈과 비교하면 608야드나 길다. 파5홀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
장타를 장착하면 그린을 공략하기가 수월하다. 특히 딱딱하고 빠른 그린에서는 탄도 높은 아이언 샷으로 볼을 세울 수 있어 버디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다. 타수를 쉽게 줄일 수 있어 골프가 편해진다. 김민선, 이정민, 박성현 등의 장타자들이 그린적중률 톱10에 올라 있는 이유다.

LPGA 추세 따라
KLPGA도 전장 늘려

2013년 4월 넥센세인트나인 우승 이후 2년 넘게 정상을 밟지 못한 양수진(23·파리게이츠)은 예전의 파괴력을 되찾기 위해 연습량을 늘렸다. 경기가 없는 날은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장에서 살 정도다. 그는 “작년까지는 거리가 나지 않더라도 아이언 샷으로 정교하게 핀에 가까이 붙이자고 생각했는데 올해부터 거리를 내고 짧은 클럽으로 치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 해서 거리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자료제공 : 월간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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